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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대처: 인간의 보편적 특성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상담의 모델 또는 틀은 내담자가 문제 상황에 대처하고 기회를 탐색하고 개발하도록 돕는 데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또 누구나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거나 활용하지 않고 살아간다. 적어도 필자의 경험으로는, 문제대처 및 기회 개발적 접근이 가진 장점은 전 세계적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 대처는 매크로와 코스타(McCrae & Costa, 1997)가 말한 '인간의 보편적 특성' 또는 노렌자얀과 하이네 (Norenzayan & Heine, 2005)가 그들의 논문에서 언급한 '심리학적 보편성'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수년 전에 탄자니아에서 대학생과 교수 300여 명에게 이 책에서 개관하고 있는 개정 전의 상담 과정을 제시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내가 가르치고 있고 또 사용하고 있는 상담 과정을 소개하는 것뿐입니다. 이 상담 과정을 여러분의 문화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여러분이 결정하여야 합니다." 강의가 끝나자 그들은 두 가지 사실을 말해 주었다. 하나는 상담 과정에서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자신들의 문화에 맞도록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제 대처를 위한 상담 모델은 그 자체로서 아주 유용하다는 것이었다.

    그 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학회나 수련 과정에서 필자와 다른 사람이 이 상담 과정을 소개하는 경우에 매번 같은 장면이 반복되어 왔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델은 사람들이 건설적인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한 가지 방식을 융통성 있고 또 단계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렌자얀과 하이네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편성의 핵심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현상이 넓고 다양한 문화에서 분명하게 인식될 때, 우리는 이를 보편성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005, p. 769). 이러한 과정이 다양한 문화에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는 이 과정의 논리가 보편적으로 인간의 의식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면 사람들이 모델의 기본 틀을 새롭게 배운다기보다는 막연히 알고 있던 것을 보다 명료하게 인식하게 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올린 스키와 하워드(Orlinsky & Howard, 1987)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것은 '포괄적인(generic)' 상담 모델이다. 물론 이 장에서 개관하고 있는 이 과정과 이 과정을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기술 및 기법들은 각기 다른 문화와 다른 개인들에게 적용될 때 여전히 그들에게 맞추어 수정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상담사의 문화에 대한 민감성이 요구된다. 문화적 특수성과 심리적 과정의 보편성을 적절히 결합할 때, 상담은 더욱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합리적인 문제 해결과 그 한계

    문제해결 과정은 다소 직선적이고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 기술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얀켈로비치(Yankelovich, 1992)는 일곱 단계의 문제해결 과정을 제시하였다. 이를 상담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① 초기 자각: 첫째, 내담자가 자신에게 어떤 문제나 일련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를 들어, 부부가 생활비 때문에 종종 다투다가 문득 자신들의 관계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② 절박함: 둘째, 문제 상황, 즉 부부관계 자체에 대한 불만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어떤 '절박한 심정으로 인해 괴로움이 더해 간다. 사소한 일조차도 이제 불만 섞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③ 초기의 개선책 강구: 셋째, 내담자는 이제 개선책을 찾기 시작한다. 아직 확고하게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은연중에 또는 마지못해 여러 가지 전략을 탐색해 본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담자가 '배우자나 친구에게 불만을 터트려 볼까, 별거할까, 이혼해 버릴까, 어떤 방법이든 분풀이라도 해 볼까, 다른 사람을 사귀어 볼까, 아니면 부부 상담사나 교회를 찾아가 볼까'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힘든 관계에서 벗어나 보려고 혼자서라도 궁리하기 시작한다. 어떤 내담자는 대가나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채 이러한 방안 중 어느 하나를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④ 치러야 할 대가 고려: 넷째, 막상 어떤 해결책을 선택하려고 할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분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이렇게 자문할지 모른다. "솔직하게 털어놔 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어. 

    부딪히거나 부인하거나 다투거나 역공을 퍼부을지 누가 알아?" 혹은 "마냥 이렇게 담을 쌓고 사는 것도 괴로운 일이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면 어떻게 될까?" 혹은 "아이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하고 말할지 모른다. 이 시점에서 문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고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많다.

    심사숙고 다섯째, 그렇다고 해서 문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도 없다. 이 시점에 와서는 더욱 진지하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문제 상황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 나을지, 그냥 덮어 두고 넘어가는 것이 나을지를 따져 본다. 이때 내담자는 속으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헤어지는 고통을 견뎌 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까?" 하고 4단계와 5단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 합리적 결정: 여섯째, 머릿속으로 어떤 방법을 정해 두고 앞으로 취할 행동을 그려본다. '배우자에게 전부 털어놓고 상담사를 찾아가자고 말해 볼까?'라든가 다른 할 일들을 찾아보면서 내 살 궁리나 하고 결혼생활은 어떻게 되든 내버려 두자고 생각한다.

    ) 합리적-정서적 결정: 그러나 단순히 머릿속으로 결정을 했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단계에서는 머리로 내린 결정에 마음도 동하여 충분히 생각할 만큼 했다'며 결심을 굳힌다. "나는 할 만큼 했어. 이젠 떠나자. 마음이 편할 리야 없겠지만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하고 결심을 굳힐 수 있다. 또는 "이렇게 사는 것은 둘 모두에게 좋지 않아. 아이들에게도 분명 좋지 않을 거야."하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고심 끝에 혼자서라도 상담받아 보기로 결정한다. 마음으로 결정을 내리고 이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행동으로 옮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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